결혼기념 40주년을 맞이하여 여행을 계획하던 중 색다른 프로그램의 여정이 없을까 하던 차에, 장거리 비행, 장기간 여행의 피로 부담도 없고 특히나 기차여행과 온천을 좋아하는 내게 정확히 일치하는 5박6일간의 일본 기차 여행 상품이 눈에 들어와 망설임 없이 바로 일정에 맞추어 예약을 하였다.
1일차
새로운 환경, 문화, 사람들을 만난다는 살짝 설레는 마음과 기대를 안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 새벽부터 집을 나서 공항에 도착하니 편안한 첫인상의 최미진 가이드가 반갑게 맞아준다. 간단한 제반 안내를 받고, 수속후 나리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정확히 두 시간 비행 후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니, 조금 흐린 도꾜 하늘이 반긴다. 이번 여행의 일행들과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가이드 포함 총 11명으로 적절한 멤버구성부터가 안정적이다. 많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우리를 포함한 부부 2팀, 미국에서 한국에 다니러 왔다 여행에 합류한 사촌 자매, 그리고 정말 서로간 우애가 좋아 보이는 3인의 동서지간과 그 친구 한분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팀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것 같지 않게, 일행중 한분만 50대 중반이고 나머진 모두 65세 이상이고, 특히 다른 부부팀의 남편분은 80대로 노익장을 과시하심)
드디어 일본에서의 기차타고 고고 여행 시작!!
첫날 숙소인 도꾜돔 호텔이 인근에 접해 있는 도꾜 스이도바시 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나리타 익스프레스(한국의 공항철도)를 타고 약 한 시간 이동하여 도꾜 역 도착 후 전철로 두 번 환승(JR중앙선 오차노미즈 역 두정거장 JR소부선 스이도바시역 한정거장), 드디어 스도이바시 역에 도착, 도보 3분 거리 위치한 호텔에 체크인하니, 벌써 늦은 오후다.
재미있고 특이한 것은 5박 6일간의 기차 여정을 위해 분실하면 재구매도 불가하다는 최미진 가이드의 엄포성(?) 안내와 함께 나누어준 JR Pass를 신주단지 모시듯 목거리 하고 유치원 소풍놀이 가듯 한 줄로 따르는 모습들이 너무 진지해서 살짝 홀로 미소지어 본다.
고층에 배정된 룸에 이르니, 시야가 탁 트여 도시가 펼쳐 보이는 깨끗하고 전망 좋은 숙소였다. 더욱이 태어나보니 금 수저라더니, 묵고 보니 바로 호텔 옆이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법한 그 유명한 도꾜돔 야구장이 내려다보인다(개인적으론 약간 횡재한 기분 ㅋ). 마침 야간경기로 게임이 있는 듯 개미 이동하는 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일정표에 명기된 숙소 이름이 왜 도꾜돔 호텔이었는지 이해되었다.
야구경기는 직관하지 못했지만 저녁 식사 후 야구장 밖 야외 테이블에 앉아 새벽부터 서둔 이동의 피곤을 쉬며, 입장하려 부지런히 오가는 관람객들의 들뜬 모습 속에서 내부 경기장 분위기가 느껴진다.
호텔주변을 가볍게 산책후 하루의 피로를 깊은 수면으로 밀어냈다. 내일을 기대하며...
2일차
기상 후 창문 커텐을 여니, 어제처럼 여전히 흐린 날씨였지만, 도꾜돔과 함께 저 멀리 펼쳐진 도시전경이 어제 늦은 오후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으로 우리를 환영하는 듯 했다.
새벽식사 및 이른 일정 소화등 분주함이 없는 여유로운 일정 탓에, 일상 아침식사 시간처럼 편하게 호텔 조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둘째 날 일정 돌입 ~~
숙소가 있는 스이도바시 역에서 전철을 타고 어제 역순으로 도꾜 역에 도착, 목적지인 가루이자와 역으로 이동키 위해 JR 신칸센 하쿠타카 탑승, 한시간을 달려 오전 11시경 가루이자와 역 도착하다.
역에서 셔틀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숙소인 더 프린스 가루이자와 호텔 체크인 시간까지 유휴시간이 있어, 역 인근에 바로 자리한 프린스 쇼핑 플라자 (대형 아울렛) 구경 및 쇼핑등 각자 자유 시간을 가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가루이자와 식후쇼핑으로 이 지역 시그니쳐는 ‘소바’라는 가이드의 안내로 소바 전문 식당에서 자유 점심식사를 즐겼다. 정말 다양하고 맛져 보이는 소바 종류들이 많아 고민 끝에 각자 취향대로 골라 일본 현지의 맛을 만끽했다.
쇼핑몰 구경으로 피로해진 발 휴식을 위해 눈 사냥으로 잡힌 몰 한켠 끝에 자리한 카페를 찾아, 잠시 야외 의자에 앉아 시원한 카페라테 한잔으로 여유도 부려본다. 그런데 카페 맞은편 대로 변에 숲과 나무가 펼쳐져 간간 부는 바람에 몇몇 흩날리는 낙엽들이 아직 완연한 단풍색을 띠진 않았지만, 풍광이 마치 캐나다의 거리 정취를 풍겨 덤으로 힐링되는 호사도 누렸다.
시간이 되어, 셔틀에 올라 숲 깊숙이 자리한 오늘의 숙소인 프린스 호텔 &리조트에 도착, 체크인 후 배정된 룸에 들어서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진 숲과 연못이 있는 녹색 뷰는 그냥 한폭의 그림 액자가 걸려 있는 듯, 눈이 정화되는 멋진 풍광이었다. 그냥 녹색 자연 그대로다.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휴양처라 하니, 당연히 그럴만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온천과 저녁식사를 위해 온천탕이 있는 다른 건물로 셔틀대신 그냥 걸어서 이동했다. 좌우에 펼쳐진 주변 숲과 나무, 시설들을 벗삼아 이동하는 동안 그 멋에 흠뻑 취한 평균연령 70이 다된 ‘어른이들’의 들뜬 재잘거림(?)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여 정겹다.
정갈한 온천탕에서 피로를 녹여내고, 맛 지고 푸짐한 호텔 뷔페식당에서 나름 품격 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 동에 돌아와 그냥 룸으로 들어가 쉬기에는 무언가 아쉬워, 호텔 앞 숲 야경을 야간 피톤치드를 마시며 감상 후, 내일의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다.
3일차
가루이자와 프린스 호텔&리조트에 숲 안개가 내려앉은 이른 새벽잠에서 일어나, 신선한 새벽 공기 마시며 아침 식사 전 안개비를 맞으며 주변 산책을 나서니 어디선가 숲 요정이라도 나타나 반겨 줄 것만 같은 유아적 감성을 자극한다.
숲과 작은 연못이 코앞에 펼쳐 보이는 숙소 동에 위치한 식당에 모여,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해주는 아침 성찬으로 행복한 조반을 먹었다.
며칠 눌러앉아 푹 쉬고 싶은 마음 꾹꾹 누르며, 오늘의 새로운 여정을 기대하며, 호텔을 나서 가루이자와 역에서 가나자와 행 신칸센 탑승 - 우리식으로 하면 충청도에서 경상도로 이동 - 약 2시간을 달려 가나자와 역에 도착, 이곳은 오늘의 중간 기착지이다. 최종 목적지는 카가 온천마을이다.
카가 온천마을에 가기 전 가나자와에서 점심식사 및 자유 관광 일정이다. 가나자와 역내 캐리어보관소에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짐을 맡긴 후 역사를 나와 가나자와 거리 구경을 하며 도보 10분 정도 걸려 해산물 덮밥, 장어덮밥 등이 유명한 300년 된 오키쵸 시장(부산 자갈치 시장격)에 들어서니, 복잡한 한국 재래시장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현지인들과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가이드의 추천과 안내로 정돈된 분위기의 식당에 자리를 잡고, 해산물 덮밥 및 해산물 튀김 덮밥으로 질 좋은 식사를 하였다.
적당하게 만족스런 포만감으로, 인근 가나자와 성 공원을 거쳐 겐로쿠엔 공원 자유 관광에 나섰다. 최미진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일본의 3대 정원으로, 좋은 정원의 조건으로 꼽는 6개의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다고 해서 겐로쿠엔(兼六園)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정말 잘 꾸며진 예쁜 정원 같은 그러나 광대한 공원은 한 폭의 대형 그림위로 걷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 버튼을 터치했음은 물론이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카가 온천마을을 가기위해 가나자와 역으로 돌아와 맡긴 짐을 찾고, 신칸센으로 카가 온천 역으로 이동(약 20분소요), 호텔 셔틀로 약10분 걸려 숙소인 가타야마온천 카이스코 호텔에 도착, 호텔 직원의 간단한 안내(유가타 착용등 호텔 시설 사용안내)후 룸으로~!
전형적인 다다미 룸으로, 제법 넓은 방과 테라스 그리고 테라스 코앞에 손을 뻗으면 닿을듯 한 매우 큰 호수와 저 멀리 해발 약2700미터 고산이 조망되는 멋진 곳이다.
유카타로 환복하고 우리 일행만의 독립 공간에 마련된 식당에서 먹은 석식 가이세키 정식은 먼저 눈이 즐겁고, 입도 즐거운 일본만의 풍미를 맛본 최고의 정찬이었다.
온천마을답게, 깨끗하게 시설된 온천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카가에서의 쉼을 취했다.
4일차
카가 온센 숙소에서 새벽바람과 어둠 속 희뿌연 호수를 바라보며 노천 욕을 하는 호사를 누리는 사이 잔뜩 흐린 하늘이 여명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빛에 그 얼굴을 내민다.
간단한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고, 호수 주변 산책을 나서고 싶었으나, 흐렸던 하늘에서 어느덧 비가 흩날려 이내 포기를 하고 로비에 마련된 커피 머신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뽑아, 호수와 마주 앉아 마음을 호수면 위로 넓게 펴며 명상에 잠겨도 본다.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이 마음과 몸을 감싸 안으며 여행의 맛을 더한다.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내고 체크아웃 후 다시 카가 온천 역으로 이동, 신칸센을 타고 도야마 역으로 이동, 약 40분을 소요 후 중간 기착지인 도야마역에 도착하였다.
우리 일정엔 도야마 관광이 들어 있지 않아 동양의 알프스라 알려진 관광지를 경유지로 역사 안에서만 머물다 지나가야하는 아쉬움을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분주히 오고가는 사람들 구경과 마침 역사 내 한 켠에서 비보이춤으로 알려진 브레이킹 공연을 하고 있어 그 에너지를 느끼며 달랬다.
오늘의 목적지인 일본의 3대 온천중 한 곳이라는 게로 온천마을을 가기위해 JR특급 열차(우리나라 새마을호)로 환승하여 2시간 20분을 가야 한단다. 이곳엔 신칸센이 닿지 않는 곳이어서 특급열차편으로 이동해야 했다. 장시간 이동과 점심 식사시간이 맞물려 우리는 기차여행의 꽃 도시락(에키벤)을 구입 도시락 차내 식으로 어린 시절 추억과 향수를 먹었다.
게로 역에 내리니, 하늘은 잔뜩 흐려 곧 비라도 내릴 기세~
역 앞 셔틀승차장에서 바로 [환영 게로(下呂)온천 ]이 크게 쓰여진 특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역 앞 셔틀승차장에서 바로 [환영 게로(下呂)온천 ]이 크게 쓰여진 특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셔틀을 타고 5분여 거리에 산 중턱에 위치한 숙소(아르메리아 호텔 )에 도착 체크인.
짐을 풀고 저녁식사시간까지 유휴시간이 있어 게로 마을을 둘러보기를 위해 길을 나섰으나,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소나기처럼 넘 쏟아내려 날궂이만 제대로 하고 야속한 빗 사이로 서둘러 숙소로 귀소 ㅜㅜ
짐을 풀고 저녁식사시간까지 유휴시간이 있어 게로 마을을 둘러보기를 위해 길을 나섰으나,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소나기처럼 넘 쏟아내려 날궂이만 제대로 하고 야속한 빗 사이로 서둘러 숙소로 귀소 ㅜㅜ
우리에겐 개구리 울음소리가 의성어로 표기하면 ‘개굴개굴’이지만 일본인들은 ‘게로게로’라 하여 게로 온천 마을의 발음과 같아서인지 개구리 사당도 있고 시그니쳐로 개구리 모형의 기념품등 재미난 요소들이 많이 있는 흥미로운 마을이다.
푸짐한 숙소 뷔페식당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물이 좋다는 온천욕을 즐겼다. 호텔이 산 중턱에 위치하고 욕장이 8층에 위치해 있어(2층에도 있음) 노천에서 비 내리는 게로의 소박한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니 이 또한 운치가 있었다. 이름값인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것 같다.
룸 창밖으로 아담한 정원이 마당처럼 붙어있고 다다미와 침대가 겸비된 아담한 사이즈의 정감있는 숙소에서 하루를 꿀잠으로 쉬다.
5일차
게로 온천마을의 아침은 어젯밤 그리 내리던 비가 언제 왔느냐 싶게,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 하늘처럼 청명한 하늘로 밝아져 있다. 이른 시간 온천을 마친 후 너무 날씨가 좋아 호텔 주변 산책이라도 할 량으로 문을 나섰지만 제법 센 그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 간단히 서둘러 돌아보고, 뷔페식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은 오사카로 이동,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다. 이를 위해 게로 역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나고야 역으로 이동(약 1시간 40분소요), 신칸센으로 환승 신오사카 역에 도착(1시간10분여 소요),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오사카 역에 도착, 숙소인 ‘호텔한큐 레스파이아 오사카’에 여장을 풀었다.
그동안 소도시 정취와 온천으로 여유로웠던 마음과 몸이 갑자기 대도시에 이르니 늘 묻혀 살던 대도시살이가 몇 칠 만에 넘 생경하게 느껴지는 이 부자연스러움은 뭐지 하는 실소를 짓는다. 인간이란 참....ㅎ
5박6일의 마지막 밤, 자유식. 자유관광으로 짜여져 자유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저녁을 먹고 인터넷을 검색 ‘공중 정원’이란 곳을 찾았다. 오사카 도심 야경이 한 눈에 조망되는 건물 40층에 꾸며진 오사카 야경 맛집이다. 입장료가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안 보았으면 후회할법한 곳이었다.
6일차
한국으로 돌아오는 아침이 밝았다. 어제부터 쾌청했던 날씨가 오늘도 여전히 맑음으로 도시의 아침을 연다.
비행기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른 날보다는 조금 이른 아침식사와 호텔 체크아웃 후 오사카 역으로 도보 이동하여 전철로 신오사카 역 도착, 간사이공항행 특급열차로 환승 이동하였다. 공항도착 후 출국수속을 일사천리로 마치니 비행기 탑승까지 여유롭다.
짧지만 그 사이 서로 간 친숙해진 정을 담소와 인사로 나누다, 시간이 되어 비행기 탑승후 1시간 반여의 비행 후 무사히 인천공항에 착륙....
서로의 안녕과 건강을 빌며 5박6일의 여정을 마무리 짖다. 모두의 행복을 빈다.
어찌 보면 이번 여행의 키워드는 기차 타고, 온천하고, 쉬고, 먹고 인 것 같다. 무언가 볼거리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눈이 호강하는 전형적인 여행 프로그램과는 결을 달리하는 아주 단순.간결한 아이템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 일본의 일정지역 (일본영토의 약 1/3 종단)을 소도시 중심으로 그들의 맛과 삶과 정취를 조금이라도 경험하며, 힐링도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쉼과 사색이 어우러진 아주 만족된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회가 되면 다른 코스로의 기차 종단여행도 꼭 가 보리라.
특별히, 우리 일행들과 가족같이 동화하여 있는 그대로 한결같은 편안함과 친절한 안내로 함께해 준 최미진 가이드님께 감사를 전한다.